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인들은 ‘차악’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대신 ‘변화’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선택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후보’로 꼽혀 유권자들이 ‘차악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미국 CNN의 출구조사결과 투표자의 42%는 본인이 찍은 후보를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CNN이 이날 미 전역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1만5455명으로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대 후보가 싫어서 자신이 찍은 후보를 골랐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25%에 불과했다.

베테랑 정치인인 클린턴 대신 막말과 스캔들에 휩싸인 트럼프가 당선된 파란은 대다수 80~99%의 확률로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는 미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을 완전히 빗겨나간 것이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 지지성향을 숨겨왔던 유권자들이 막상 선거일에는 투표권을 행사하고 트럼프의 열성 지지층인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지대)의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막판 대결집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여론조사는 물론 주변에도 트럼프 지지 의사를 드러내지 않던 유권자들이 투표일에 결집할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으로 그의 지지자들이 그동안 각종 인종·종교·여성 차별적 발언과 음담패설 파문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 온 트럼프를 찍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실제 표를 던질 때까지는 여론조사원은 물론 경우에 따라 스스로에게도 어느 쪽을 택할지 입장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나 과거에도 비인기 정당이나 사회적 분위기와 동떨어진 후보들의 예측 밖의 승리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는 ‘침묵하는 다수’였던 이들은 ‘소수’일 것이라는 각종 언론의 예상을 깨고 투표일에 결집해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트럼피즘’으로 집약된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표로 대거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이날 미국 50개 주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 1만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75%가 ’부유하고 힘있는 계층으로부터 미국을 되찾을 지도자‘를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는 75%로 나타났다. 68%는 기성 정당이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기성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응답도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도 약 40%의 유권자가 “변화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CNN은 최근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 클린턴을 외면받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더 싫어하는 미국인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기성 정치에 실망한 미 유권자들은 클린턴을 이제까지 실망스러웠던 기성 정치인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내셔널리뷰의 대외정책 전문기자 톰 로건은 CNN에 트럼프가 기성권력을 찬탈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과 분노의 대변하는 후보가 된 것을 성공의 주요 이유로 분석했다.

기사=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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